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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이준석은 한동훈과 왜 싸우는 걸까

국민의힘은 516국 시대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회의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직전 월드컵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불혹의 나이를 앞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월드컵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약관 20살의 소년장사 라민 야말이 선봉에 선 전통의 강호 스페인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두 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월드컵 결승전이 임박했다고 하여 다른 축구경기들이 모조리 중단취소되지는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팬들의 관심권 밖에 위치한 수많은 무명 선수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돈과 명예가 보장된 슈퍼스타를 꿈꾸며 부지런히 공을 차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사실상 참전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다수의 언론매체들의 조명이 집중되면서 당대표 출마자들 사이에 서로 물고 물리는 격렬한 난타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정청래 전 대표가 이른바 적통론을 제기하며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견제구를 날리자 김 전 총리와 보조를 맞춰 23각으로 뛰고 있는 송영길 의원이 정 전 대표를 조선시대의 역적에 빗대는 초강수를 띄웠다. 세 사람 가운데 누가 집권 여당의 차기 당대표로 선출되든지 간에 민주당 전당대회는 흥행에선 일단 성공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메이저 리그에 비견될 수 있다면, 국민의힘의 주도권 다툼은 마이너 리그에 대입될 수가 있다. 싸움의 규모와 싸움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그야말로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중석이 썰렁하다고 해서 경기장의 선수들이 발산하는 투지까지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거친 몸싸움과 공격수의 발목을 노린 고의적 백태클은 국민의힘 당권 투쟁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전은 현역 국회의원을 기준으로 통틀어 네 사람이 주요한 교전 당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중 두 명은 국민의힘 안에 자리해 있다. 장동혁과 안철수가 그들이다. 나머지 두 명은 국힘 바깥에 포진해 있다. 개혁신당 당대표 이준석과 무소속 의원 한동훈이 그 주인공이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것과 다름이 없고, 한동훈은 아예 제명을 당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동훈, 이준석, 안철수, 장동혁 모두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처음에는 반대했다는 데 있다. 당시 의원 신분이었던 안철수와 이준석과 장동혁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준석과 안철수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에도 참여해 탄핵안 가결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의 내부 갈등은 나름 역사가 있고 근본이 있다. 정청래가 10여 년 전 무렵 정동영계에서 문재인 진영으로 완전히 갈아탄 일 정도를 제외하면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탄생한 극심한 갈등구조의 성격과 본질은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의 집권을 계기로 본격화된 국민의힘 내홍은 5천년 중국 역사에서 최악의 혼란기로 손꼽히는 516국 시대에 버금갈 만큼 피아를 식별하기 어렵다.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너무나 잦은 탓에 고정된 전선이 없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유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현재는 장동혁과 안철수가 손잡고 한동훈의 국민의힘 복당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양상이다. 이준석과 그 열성 지지층은 한동훈을 주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장동혁-안철수 동맹에 간접적 형태로 가담했다. 장동혁과 안철수 추축에 이준석이 외곽에서 합세하는 ‘2+1의 반한동훈 연대가 소리 없이 성사됨으로 말미암아 한동훈을 배제한 채 개혁신당과의 흡수합당을 추진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국힘 일각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영남패권 한동훈, 극우화의 안철수


한동훈 하나 견제하겠다고 장동혁과 안철수가 공공연히 결탁하고, 여기에 이준석이 조용히 숟가락을 얹는 사태는 2008년 개봉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의 소위 열화(劣化) 버전으로 생각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열화 버전은 원본과 비교해 화질, 기능 등이 저하된 제품이나 상품을 일컫는다.


한동훈은 분명 하자가 많은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로 군림하며 온갖 위세를 누렸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조직이 특수부 검사들이 주도하는 서초동 막부로 변질되도록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윤석열은 이런 한동훈이 단지 김건희에 대해 싫은 소리 몇 마디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살생부의 가장 윗줄에 올림으로써 한동훈에게 극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더욱이 한동훈은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에 영합하려는 목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에 대놓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한동훈이 나쁜 놈이면 장동혁은 좋은 놈의 위상을 점유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 마땅했다. 현실은 판이했다. 계엄 반대에서 계엄 찬성으로 석연치 않게 입장을 선회한 이후의 장동혁은 한국 정치의 태풍의 눈이 아닌 추태의 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장동혁이 쉴 새 없이 보여주는 엽기적 행각과 편집증적 망상은 국민의힘을 윤 어게인세력으로 상징되는 시대착오적 극우들이 판치는 거대한 오물통으로 전락시켰다. 장동혁은 현대 한국정치사에서 천년에 한번 나와야만 할 희대의 더 나쁜 놈이 되고 말았다.


이상한 놈의 자리에는 당연히 안철수 의원이 가 있다. 안철수 주변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비유적 맥락이 아니라 실제적 의미에서 고독한 마라토너가 돼버린 상태다.


대선주자로서의 안철수의 지지율이야 진즉에 애국가 시청률 수준으로 쪼그라든 터다. 그럼에도 안철수란 이름값이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이념적으로 중도 보수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 안철수가 달라졌다. 한동훈에 반대하는 통일전선을 결성하며 거침없이 극우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급기야 올림픽공원에 들러 커다란 성조기를 몸에 칭칭 두른 극우시위대와 함께 파안대소하는 인증사진까지 촬영했다. 장동혁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장동혁 지지자들을 고스란히 인수하겠다는 셈법이자 포석으로 읽힌다. 한나라당의 확장성에 반대한다던 안철수는 한나라당의 후속 정당인 국민의힘과 힘을 합쳤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던 안철수는 윤석열 잔당들이 떠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결과적으로 동조하는 꼴이 되었다.


나쁜 놈 한동훈, 더 나쁜 놈 장동혁, 이상한 놈 안철수의 3각 구도에 젊은 이준석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63일 지방선거에서 네 사람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정청래, 장동혁, 조국, 이준석이 그들이다. 이 네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선거 전이나 선거 후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조국은 더욱더 열심히 SNS를 하고 있고, 이준석은 여전히 변함없이 각종 방송 출연에 열심이다. 정청래와 장동혁은 당심이라는 괴물을 쫓느라 민심과 가속도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정청래, 조국, 장동혁, 이준석에게 변화와 혁신은 오로지 남들에게나 해당되는 과제로 여겨지는 듯싶다.


이준석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더 나쁘지도 없고, 이상하지도 않다. 성찰도, 고민도 없이 그대로 이준석일 뿐이다. 윤석열과 싸울 때의 이준석은 아직은 참신한 희생자였다. 한동훈과 드잡이할 때의 이준석은 작은 기득권에 연연해 쇄신과 환골탈태를 거부하는 김빠진 구태 정치인의 일원일 따름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한동훈은 왜 정치를 하는지? 정치를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한동훈에 대항해 장동혁과 이준석과 안철수는 구태여 왜 뭉쳤는지. 온몸이 눅눅하고 끈적끈적해지는 장마철인 이때, 필자의 궁금증을 누가 좀 시원하게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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