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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의 ‘제3의 길’은 민주당 소멸에 대한 경고

잠수함 수주전의 이유 있는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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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한국계 캐나다인과 독일계 캐나다인의 숫자를 비교해봤다. 한국인과 독일인이 북미 대륙으로 이주해 정착한 역사적 기간을 생각하면 한국계 주민과 독일계 주민이 현재 캐나다 사회에 미치고 있을 정치경제적 영향력의 차이는 인구통계학상의 격차를 훨씬 더 능가할 성싶다.


캐나다 정부가 우리나라 돈으로 총사업비 60조 원에 달하는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회사인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여온 한국 기업 한화오션은 아쉬운 고배를 들게 되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선정 결과를 직접 발표한 사실을 생각하면 잠수함 사업에 캐나다 조야의 이목이 얼마나 집중됐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따라서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전체 인구의 1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는 독일계 주민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처음부터 정무적 고려가 적잖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훈식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번 결과는 기술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현실도 보여주었습니다. 1949년부터 이어져 온 강력한 군사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두터운 벽을 단번에 넘어서기는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다져온 끈끈한 안보 동맹과 군수 상호운용성의 역사적 무게를 실감합니다"라는 글에는 경기에서는 이기고 판정에서는 진 데 대한 속상하고 착잡한 심경이 완곡하게 표현돼 있었다.


국민주권정부 출범을 계기로 강훈식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국가적 책무가 부여됐다.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장 역할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정부가 파견한 경제특사 임무였다. 그는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중동 지역을 방문해 사막의 모래바람을 마시며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해왔고, 유럽 대륙과 북미 대륙에 가서는 K-방산 즉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첨병이 되었다. 태평양 건너 캐나다로 한국산 잠수함을 수출하는 막중한 사명 역시 강훈식의 몫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종합상사 대한민국의 영업팀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강훈식의 대중적 인지도는 부쩍 높아졌다. 그이 이름이 주요 차기 대선주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오르내리는 일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훈식에게 잃어버린 것도 있었다. 다름 아닌 정치와 선거였다.


충청남도 도지사는 강훈식의 오랜 꿈이었다. 충남지사가 되려는 강훈식의 꿈은 이재명 정부의 안정되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최소 4년간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전임자일 강훈식에 버금가는 유능하고 성실한 후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찾지 못하는 지독한 구인난 탓이었다.


민주당은 왜 꽃병 속의 꽃이 되었을까


강훈식에게는 충남지사의 꿈만큼이나 오래된 꿈이 있었다. 민주당을 김대중과 김영삼이 합심하고 협력해 당을 이끌던 시절의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자 국민정당으로 복원하는 일이었다.


1987년을 기점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은 네 번의 위축과 세 번의 확장을 경험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13대 대선에서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축소시켰다. 1997년의 김대중-김종필-박태준의 세칭 DJT 연대는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확대시켰다. 2003년의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강행은 민주당을 86 세대의 당으로 축소시켰다. 2016년의 박근혜 탄핵 정국은 민주당을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확대시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끝없이 이어진 갈라치기 정치는 민주당을 청년세대로부터 외면당하는 소위 영포티 정당으로 축소시켰다.


민주당에게 특히나 치명적인 지지기반의 왜소화는 마지막 네 번째 축소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투표할 기회가 가장 많은 젊은 청년세대가 민주당을 적대시하게 된 까닭에서였다.


고색창연한 86 세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원내 제도권 정당인 조국혁신당이 여론조사 때마다 지지율이 0퍼세트를 기록하는 사태와, 한국 사회 중장년 세대의 정신적 기둥으로 군림해온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신뢰도 1퍼세트가 나온 사건은 미구에 민주당에게 닥칠 파국적 종말을 뚜렷이 예고하고 있다. 작금의 민주당은 꽃병 속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뿌리가 잘려나간 꽃들과 다름없는 처지다. 기름진 대지와 유리된 꽃병의 꽃들은 씨앗도, 열매도 종국에는 맺지 못하는 법이다.


강훈식 실장이 며칠 전 진행된 여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제3의 길을 언급했다는 소식이다. 강훈식의 구체적 발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에 참석한 몇몇 민주당 의원들의 전언 형태로 발언 내용의 일부만 맥락 없이 거두절미돼 소개됐을 뿐이다.


문제는 당권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전 대표 측이 강 실장의 발언을 소모적 정치공세의 소재로만 삼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수권 가능한 독립된 정치세력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단종 혹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과 진지한 문제의식은 정청래 진영으로부터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한계와 맹점은 고령화에만 있지 않다. 고연봉화에도 있다. 민주당은 안정된 소득원을 확보하고 남부럽지 않은 자산 축적을 성취한 나이 많은 중장년 남녀들이 열렬하게 지지하는 정당으로 시나브로 정체성이 변화했다. 이는 친문세력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한 지난 10여 년에 걸쳐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의도치 않게 이뤄진 결과물이다. 배고픈 불우한 젊은이들이 민주당 계열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육상 선수 임춘애가 라면 먹고 아시안게임을 뛰었다는 소리만큼이나 아득한 옛날얘기가 돼버렸다.


당의 지도부를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포장만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의 지지층을 바꾸는 일은 상대적으로도, 절대적으로도 어렵다. 포장은 물론 안에 들어간 내용물까지 통째로 싹 교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이대로가 좋은 부유한 중장년층 남녀의 당으로 남으면 안 된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부유한 중장년층 남녀의 정당 모습이 어떤지는 조국 전 대표가 군소기획사 소속 신인급 걸그룹을 극우로 몰아가는 바람에 청년들의 빈축을 덩달아 잔뜩 사고 만 조국혁신당이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훈식이 강조했다는 제3의 길은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자는 제안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 중간에서 수시로 눈치를 보자는 취지도 아니다. 산업화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제1세대와, 민주화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던 제2세대 다음에 등장한 젊은 미래세대로 민주당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옮기자는 담대한 구상의 피력으로 해석돼야 옳다.


민주당은 너무 오랫동안 유시민과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나이든 기성세대의 완고함과 편협함의 포로가 돼왔다. 늙어가는 기득권 세대의 대변자로 전락한 후과로 말미암아 민주당은 작게는 선거의 승패를, 크게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권 2030 세대의 민심에 둔감하다 못해 아예 무감한 인물을 이재명 정부 임기 첫해 집권당 당수로 뽑고 말았다.


그는 임기 내내 온갖 무리수와 좌충우돌을 거듭하며 민주당과 청년들 틈에 쐐기를 박았다.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더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강훈식이 던진 화두에 담긴 뜻을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제대로 읽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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