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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의 ‘적통 논쟁’은 무엇을 노릴까

정청래는 왜 고인돌이 되었을까


“그래서 어쩌라고!”정청래 의원이 뜬금없이 촉발시킨 이른바 적통 논쟁을 바라보는 대다수 일반 국민의 생각일 터이다.


정청래 의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직전 당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집권 첫해 국정운영의 한 축을 책임졌던 사람이다.


그런 정청래가 당권 연임에 도전하며 띄운 회심의 승부수가 하필이면 시대착오적 족보 투쟁이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조종되는 초소형 무인기, 즉 드론이 전쟁터 상공을 누비는 최첨단 시대에 저 옛날 석기시대의 주된 무기였던 돌도끼를 휘두르며 갑작스럽게 전장에 난입한 격이었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8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거금을 투자해 호남 지역에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구축하겠다는 내용의 메가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세칭 ‘삼전닉스’의 두 주역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폴더 인사를 감행하는 파격까지 선보이며 이번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절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정청래 의원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 참석을 비롯한 해외 순방 외교를 마치고 영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울공항에서 90도로 폴더 인사를 했었다. 이 대통령의 폴더 인사와 정 의원의 폴더 인사 가운데 어떤 의전이 더 많은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자 하는 행동인지를 판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미래로 나아가게 하고자 고개를 숙였다. 정청래 의원은 친문세력이 지난 20년 가까이 주도해온 민주당 내 구체제의 유지를 목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적통(嫡統)은 낡은 기득권 질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색창연한 단어다. 봉건적 신분제 사회에서나 널리 통용될 법한 케케묵은 개념이다.


만약 이 단어가 아직껏 공공연히 사용되는 곳이 있다면 필시 두 군데 중 하나일 테다. 동물병원 아니면 경마장. 이곳에선 혈통의 순수성을 여전히 꼬치꼬치 따지면서 살아 있는 생명체들에게 가격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고이 잠자던 적통 논쟁을 강제로 기상시킨 정청래 의원은 청일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와중인 1894년에 공식적으로 폐지된 서얼 차별 제도라도 혹여 부활시키길 바랐던 걸까? 정청래는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점거농성 투쟁을 전개하다가 검거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정청래가 미개하고 전근대적인 신분제 사회를 반대하면 반대했지, 찬성할 인물은 아닐 것이라 필자가 믿고 싶은 까닭이다.


그러므로 정청래가 식상하고 진부하며 무가치한 적통 논쟁을 다시금 무리하게 꺼내든 이유는 다가오는 8월 17일 실시될 예정인 민주당 전국당원대회, 곧 전당대회에서 유력 경쟁자인 김민석 현 국무총리에게 우위를 점하려는 데 있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 김민석에게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강렬한 권력의지가 정청래 의원을 원로만화가 박수동 화백이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그린 만화책 속 주인공인 고인돌로 만들었다고 하겠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 여당이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스타일을 왜 구길 대로 구겼겠나? 2030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한 탓이었다.


문제는 제도정치권 바깥에서 거대 스피커 노릇을 하면서 밤의 민주당 당대표로 군림해온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청년들로부터 비참하게 파문을 당했다는 점이다. 시사종합주간지 시사IN이 최근 발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하면 김어준에 대한 20대 청년층의 긍정 평가는 남녀를 통틀어 1퍼센트였다. 이는 단순한 불신임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극혐 수준이다.


김어준이 정청래를 밀고 있음은 이제는 정치 고관여층은 물론이고 웬만한 정치 저관여층 유권자들마저 다 아는 사실이다. 정청래 의원 입장에서 당대표 경선 전략을 수립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는 중장년세대에 철저하게 집중해야만 한다. 미래비전 경쟁도, 중도확장 노선도, 청년층 민심공략 방안도 민주당 당권 주자 정청래에게는 좋게 말하면 한가한 신선놀음이고, 엄밀히 표현하면 쓸데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정 어게인’이 불러올 예고된 총선 참사


미래비전이 결여된, 중도확장이 불가능한, 젊은 청년세대가 싫어하는 인사가 집권당의 차기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어떠한 후과가 빚어질까? ‘정청래 어게인’의 민주당에게 내후년 치러질 23대 총선에서의 패배는 피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고 만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선거를 망친 당대표가 당권을 악착같이 고수하는 선례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상대로 엽기적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장동혁이 그 구체적 사례다.


장동혁이 이뤄낸 쾌거 아닌 쾌거를 정청래라고 하여 해내지 말란 법은 없다. 흥미롭게도 장동혁은 자신이 이승만과 박정희의 정통 계승자라 주장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적통 논쟁에 몰두해왔다. 당심이란 괴물이 민심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뻔뻔스럽게 찬탈한 작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먼지 낀 족보가 당권파의 얼굴에 까는 두꺼운 철판 구실을 시나브로 대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적통 논쟁이 전면전 단계에 돌입하면 정청래 의원은 의도했던 소기의 성과를 거둘 있을까? 대단히 의문스럽다.


김민석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장자가 맞다. 김 전 대통령은 그를 직접 영입한 데 더해 지근거리에서 DJ를 보좌하는 새천년민주당 총재비서실장으로 중용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친노의 적통이 아닌 적통 호소인으로 불려야 어울린다. 원조 친노의 조건을, 정통 친노의 자격을 완벽히 갖추려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경선 당시에 노무현 후보의 본진으로 기능했던 ‘금강 캠프’에서 핵심 참모로 활동했던 이력이 확실하게 증명돼야만 한다.


정청래는 금강 캠프의 핵심 구성원이 아니었다. 정청래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의원, 그리고 이은희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 같은 진짜 친노들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정답은 정청래 의원 본인이 잘 알고 있을 터라 내가 굳이 답변을 대신하지 않으련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대의 미래세대와 코드를 맞추려 노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노한 청년들 앞에 납작 엎드렸다. 민주당 소속 전․현직 대통령들을 통틀어 청년세대와 눈높이를 맞추는 데 무관심했던 인물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의원을 원팀으로 분류해왔다. 시선을 미래에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두 올드 보이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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