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메시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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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는 어떻게 당심의 최강자가 되었는가

그들만의 당심이 가는 곳은 갈라파고스 제도


“민심 위에 당심 있고, 당심 위에 윤심(尹心) 있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정권 초기에 했던 말이다. 장제원 전 의원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감행해 세상을 등졌고, 장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나흘 후에 내란수괴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로 대통령직에서 파면을 당했다.


향도도 잃고, 주인도 사라진 윤심은 ‘윤 어게인’이란 공허하고 시대착오적 구호 밑에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부터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주변에 이르기까지 한국 땅 여기저기를 망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윤심의 망령을 약삭빠르게 불러내는 권모술수를 부려 당권을 손쉽게 거머쥔 장동혁은 결국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고야 말았다. 잠시 흥하려다 영원히 망하는 길이 주술정치임을 벼락출세자 장동혁은 몰랐던 탓이다.


당원의 의사를 뜻하는 당심(黨心)이라는 용어의 최초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실한 부분은 이 단어가 윤석열의 집권을 계기로 급격히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 당심은 윤석열의 안티테제 역할을 자임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마저 거부감 없이 사용될 정도로 널리 보편화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우리나라에서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출범한 첫 번째 정당이었다. 유력 대선 주자가 부재하고, 원내 진출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당원들의 동원력과 십시일반에 기대는 행동은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더욱이 한국의 진보정당은 예나 지금이나 수권 가능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원들의 특수한 의견이 국민의 보편적 견해와 어긋나 당이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되어도 이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일 따름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생각인 당심과 일반 국민의 생각인 민심이 괴리되는 현상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현재 집권하고 있거나 미래에 집권할지도 모를 거대 정당에서 발생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민심과 당심의 충돌이 한 정당의 실패를 뛰어넘어 국가 자체의 실패로까지 일이 커질 수가 있다.


윤석열은 당심이 만들어낸 대통령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 신천지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대규모로 입당했다고 발표했다. 민심의 머리꼭대기 위에 당심을 인위적으로 올려놓으려는 불순한 시도가 실제로 성공했던 셈이다. 이에 앞서서는 통일교 신자들이 국힘은 물론 민주당에도 당원으로 조직적으로 가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심이 키운 괴물, 스탈린과 윤석열


조직된 소수가 조직되지 않은 다수를 위압하고 지배하는 사태에 대한 우려와 공포는 이미 100년 전에 제기된 터였다. 트로츠키는 레닌이 주장한 이른바 민주집중제에 대해 “처음에는 당 조직이 당을 대신할 것이다. 다음에는 중앙위원회가 당 조직을 대신할 것이다. 종국에는 한 명의 독재자가 중앙위원회를 대신할 것이다”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로츠키의 섬뜩한 예언은 소련의 철권 통치자 스탈린이 레닌의 혁명동지였던 고참 볼셰비키들을 차례차례 숙청하고, 뒤이어 수많은 공산당 간부들을 총살형에 처하거나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에 가둠으로써 마침내 생생한 현실이 되었다.


트로츠키의 명제는 한국에서는 하필이면 ‘공산 전체주의’와 싸우겠다고 기염을 토한 윤석열에 의해 화끈하게 실천에 옮겨졌다. 국민의힘은 처음에는 당심이 민심을 대체했고, 나중에는 윤심이 당심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당심이 민심을 몰아내고, 윤심이 당심을 밀어낸 결과는 44년만의 비상계엄 선포와 무장군인들의 국회의사당 본관 침탈이었다. 민심을 제거한 당심과, 그 당심을 틀어쥔 윤심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는 짓조차 서슴없이 자행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몰락한 전 정권의 주류 집단도, 새로 출범한 정부의 집권여당 당권파도 민주공화국을 당원들만의 왕국으로 퇴행시키는 데 전연 주저함이 없다. 정당 운영비의 절반이 훨씬 넘는 금액을 국민의 혈세로 보조받는 공당을 현직 당대표의 그 측근 인사들이 1인 1표의 구실 아래 민심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실상의 이권단체로 거리낌 없이 용도변경을 하고 있다. 민심의 제어를 벗어난 편협하고 무책임한 당심이 윤석열의 내란을 부추겼음을 민주당 당권파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모양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심의 바람에 부합하려는 노력보다는 소위 강성 당원들로 불리는 이들의 성화에 영합하려는 일에 더욱더 열심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딴지일보 게시판이 민심의 척도라고 강변했다. 현실은 정청래의 인식과는 영 딴판이었다. 진보적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해서 응답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79퍼센트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김어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겨우 9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통합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가 얻은 11.68퍼센트의 득표율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한층 더 충격적 소식은 남녀를 막론한 20대 청년세대에서 김어준 총수에 대한 긍정 평가가 고작 1퍼센트였다는 보도였다.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생각이 다른 글을 유배지로 보내는 장치가 있다. 이쯤 되면 민심은 딴지일보를 통째로 유배지로 보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민심을 거부하는 당심은 민심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한다. 역사의 시계를 무모하게 거꾸로 돌리려 한다. 우물 안 세계가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단단히 착각한다. 당심을 믿고 폭주와 전횡을 거듭하던 제1야당 대표는 공개적으로 갈 수 곳이 딱 세 군데 남았다. 당대표실과 올림픽공원, 그리고 병실.


정청래 대표는 당심만 믿고 폭주하기로는 장동혁 대표 못지않았다. 당장 듣기에 좋고 편한 당심의 목소리에만 둘러싸인 당대표는 민심의 현주소에 심각하게 무지하기 마련이다. 맑고 광대한 민심의 해수와 소통이 차단된 퀴퀴하고 협소한 당심의 고인 물만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은 2년 후 총선 승리도, 4년 후의 정권 재창출도 기약하기 어렵다. 민심에 눈감고 귀 막은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당대표와 몇몇 고위당직자들이 중국집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젓가락으로 짜장면 면발을 길게 들어 올리는 것뿐이다.


이래도  민심 위에 당심이 있다고 여전히 고집을 부린다면 그 종착역에는 한없이 외롭고 적막한 야당의 길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당심계의 최강자’정청래 대표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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