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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유의동의 ‘펑택판 톰과 제리 쇼’

늦깎이 예능스타 유의동의 느닷없는 화양연화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하느님도 알 수가 없다. 공만 둥근 게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 역시 둥근 탓이다.


필자가 정치 컨설턴트의 본분을 벗어나 대중문화 평론가의 입장으로 잠시 빙의하여 감히 예단해본다면 오는 63일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나란히 치러질 예정인 경기도 평택을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거의 기선은 현재까지는 국민의힘 소속의 유의동 전 의원이 확실하게 제압한 양상이다.


왜냐? 3선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중진급 경력에 견주어 그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온 유의동 전 의원이 최근 며칠 동안 미친 듯한 예능감을 뽐내며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때늦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동은 개혁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20대 국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다음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유의동은 바른정당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유의동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21대 대선 국면에서는 지금은 사실상 정치권을 떠난 김세연 전 의원과 함께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그즈음 유승민 대선 캠프의 중요한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는 후보자인 유승민은 물론이고 핵심 참모인 유의동과 김세연마저 입 바른 소리는 잘하되 재미는 별로 없는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였다는 데 있었다.


유의동은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좋게 국민의힘의 선거를 말아먹은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이병진 후보에게 패배해 원외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병진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권토중래를 도모할 기회가 유의동에게 조기에 찾아왔다.


계유정난을 시대배경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 관상에서 주인공 격인 수양대군은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그 음산하고 으스스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정배가 분한 수양대군이 나타나면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긴장감이 팽배해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국혁신당 당대표를 맡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당연히 수양대군도 아니고 유명 배우 이정재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대목은 평택을 재선거도, 이번 칼럼도 조국이 등장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유의동은 유승민 전 의원의 반사체처럼 활동하던 시절에는 빛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평택을 재선거 최강의 출마자일 조국 대표의 익살스러운 반사체 구실을 자임하자 단숨에 전국적 지명도를 확보했다. 이는 조국이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맥락에서든 작금의 한국정치의 최고 슈퍼스타임을 뜻한다.


조국 대표는 평택을 재선거가 자기 인생 최초의 지역구 선거 출마이다. 더욱이 그는 경기도 평택에 아무런 기반과 연고가 없다. 조국이 평택시평택군으로 착각한 일은 평택의 지역 사정에 어두운 외지인만이 가능한 부수적 해프닝이라 하겠다.


추미애와 조국, 이름값이 다해준다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선거에서는 이름값이 그야말로 깡패라는 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당 경기도지사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싱겁게 승리한 이유는 여성 가산점 덕분도, 강성 지지층 때문도 아니다. 추미애란 이름 석 자 때문에 이겼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예선에서 추미애 전 장관과 맞붙었던 김동연 현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도, 본선에서 추미애와의 맞대결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국힘의 양향자 전 의원도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가 있다. 추미애가 경기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김동연과 한준호와 양향자의 공통된 지적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허나 어이하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경기도에 대해 모른다는 것도 진실일 테지만, 추미애를 모르는 경기도 유권자도 없다는 것 또한 진실인 것을.


지명도가 곧 지지도인 세상이다. 평택에서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과 비슷한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택에 관하여 모른다는 조국의 치명적 약점이 조국에 대하여 모르는 평택시민이 없다는 조국만의 결정적 강점으로 상쇄되고 남을 수 있다. 추미애가 이름값 하나로 경선에서 성공했듯 조국도 이름값 하나로 평택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게 현대 대중정치의 냉정한 철칙이다.


톰과 제리 쇼는 과거 MBC 문화방송에서 전파를 타며 어린이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었던 미국 만화영화이다. 여기에선 꾀돌이 생쥐 제리가 덩치 큰 고양이 톰을 항상 골탕 먹인다. 누가 고양이고, 누가 생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나 제리가 아무리 톰을 자주 골려줘도 톰은 넓고 쾌적한 거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고, 제리는 좁고 불편한 쥐구멍 속에서 옹색하게 생활하는 현실에는 변함이 없다.


유의동이 제아무리 조국을 신나게 골려준다고 한들 유의동 전 의원이 조국 대표와 비교해 인지도에서 뚜렷이 밀리는 구조적 상황은 전연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바로 거기에 유의동의 말 못할 고민이 있을지 모른다.


올해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의 최대 특징은 이재명 정부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단지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원죄가 민주당에게 있어서만은 아니다. 모든 선거의 최종병기인 이름값에서 조국과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서 민주당이 구인난을 겪어온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이지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유력한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김용은 정치 고관여층을 제외한 일반 유권자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인물이다.


따라서 조국과 이름값으로 맞장을 뜰 수 있는 사람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정도다. 송영길을 평택을에 전략공천할 경우 어떠한 설왕설래를 낳을까? 정청래 대표가 차기 대선의 강력한 경쟁자 두 명을 한꺼번에 제거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품은 것으로 해석될 게 분명하다. 송영길과 조국이 여권 표를 어정쩡하게 갈라먹으면 유의동의 어부지리로 귀결될 게 빤한 까닭에서이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평택에서만은 거물 중에서도 초거물인 조국이 출현하면서 지방선거가 순식간에 조국 선거로 일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조국에 상응하는 거물을 평택을에 출전시켜 이참에 민주당 안팎의 비명 세력을 제대로 응징하고 심판하길 공공연히 바라는 기색이다. 그러나 조국과 체급이 걸맞은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이리라. 더욱이 대다수 범여권 지지층에게 조국은 아직 우리 사람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현직 대통령 임기 초기에 이례적으로 펼쳐지는 여당 없는 선거전에서 조국의 이름값은 명불허전의 위력을 발휘할까? 강적 조국을 상대로 전개하는 다크호스 유의동의 유격전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평택을 재선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가 조국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말미암아 벌써부터 뒷전으로 밀려버린 김재연 진보당 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근황이 궁금하다. 평택에서 잘들 지내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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