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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는 종량제 봉투 걱정이 없다

일당 권력독식 체제는 왜 해로운가


민주주의 체제는 복수정당 제도를 전제하고 있다. ‘인민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를 표방해온 중국과 북한 등의 사회주의권 국가들마저 비록 형식적일지언정 다당제를 채택해온 까닭이다.


참다운 다당제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과정과 방법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가능해야 한다. 문제는 선거의 기본적 공정정과 민주성이 충족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이다. 이로 말미암아 일본 같은 사실상의 일당지배 체제가 구축되고 만다.


물은 고이면 썩는 법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은 한 사회공동체를 타성과 무기력에 빠뜨리기 마련이다. 1955년 체제로 불리는 자유민주당의 권력독점 구조는 일본에 30년 동안의 고도성장을 선물한 다음,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간의 침체와 답보를 초래했다. 병 주고 약 준 게 아니라, 먼저 약부터 주고 나중에 불치병을 안겨준 셈이었다.


일본은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등판시켜 반전과 탈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는 시루에 물 붓기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이 현재 시루에 열심히 붓는 물조차 수질을 곰곰이 따져보면 식수로 음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본은 정권교체 없는 다당제의 결말이 얼마나 유해하고 음울한 수 있는지를 전 세계인에게 반면교사로 보여주고 있다.


여당이 잘해서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있다면 당연히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야당이 죽을 쑤는 바람에 여당이 정권을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에는 지금은 사라진 일본 사회당의 혁혁한 활약이 있었다. 사회당은 무라야마 도미이치가 사회당 출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각총리대신으로, 곧 수상으로 잠깐 재임한 후 급속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선거철에 잠만 자도 2등은 늘 차지하곤 하던 일본 사회당은 어째서 종국에는 쇠망했을까? 집권하겠다는 열정과 욕구가 애당초 없었던 탓이다. 위로는 당 지도부로부터 아래는 기층 당원에 이르기까지 야당만 해도 행복한 인간들 일색이었다. 어떻게든 정권을 잡아 반드시 국정을 운영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권력의지는 이들에게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당은 자민당과의 전투적 공존을, 과격한 상생을 꾀했다고 평가돼도 전연 무리가 아니다.


얼마 전 별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직후에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주장했다. 이해찬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은 호응보다는 역풍을 불렀다. 국민들 마음속 깊이 잠재돼 있는 장기집권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을 자극한 이유에서였다.


‘이재명 정권 타도’는 국민의힘 판 북벌론일 뿐


그런데 최근에는 20년을 훌쩍 뛰어넘는 ‘민주당 50년 집권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장기 집권론에는 심지어 보수언론까지 마치 충분히 납득된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인다. 왜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옛날 일본 사회당을 연상시키는 집권 여당과의 전투적 공존 노선을, 과격한 상생의 길을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적 공존 노선은, 과격한 상생의 길은 실제로는 집권할 의사도 능력도 없음을 자백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목적이 현상타파가 아니라 현상유지에 있는 탓이다.


이를테면 조선 후기의 노론 세력은 청나라에 대한 복수전에 나설 생각도, 실력도 없었다. 그들이 고집한 건 청과의 전투적 상생과 과격한 공존이었고, 이른바 북벌은 그 결과물이었다. 북벌은 청나라 밑에서 영원히 2류 국가로 남아 있기 위한 구실이자 명분이었을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소속 정치인들도, 당비를 납부한다는 책임당원들도 더불어민주당 아래에서 영원히 2류 정당으로 남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어게인’은 국힘이 민주당 세상에서 2류 정당으로 안정적으로 안주하는 데 필요한 안성맞춤의 핑계거리로 기능하고 있다.


2류의 길을 가기로 작심한 집단만의 뚜렷하고 중요한 특징이 있다. 당대의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와의 싸움을 철저히 회피한다는 점이다.


노론은 왜란과 호란을 거치며 그 모순과 병폐가 더욱더 증폭된 유교적 봉건질서와의 투쟁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에 그들은 청나라와 때로는 입으로만, 때로는 붓으로만 싸웠다.


국민의힘 역시 대한민국이 직면한 단연 절박하고 본질적인 과업들과 대면하기를 한사코 거부해왔다. 그 대신 이재명 정부와 결사의 각오로 싸우겠다고 허구한 날 기염을 토한다. “이재명 정부와 싸워야 강성 지지층이 좋아한다”는 게 국민의힘 인사들의 배경 설명이다.


문제는 현재의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우리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의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눈높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란 데 있다. 예전 일본 사회당 당원들이 평범한 일반 대중과는 접점이 결여된 현안과 쟁점들에 이른바 오타쿠처럼 몰입한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일례로 국민의 정치인들은 요 며칠 “내가 박상용이다!”를 외치면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 구하기에 올인한 상태다. 국민들은 당장 쓰레기 버릴 종량제 봉투도 구하지 못해 극도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판국인데, 국민의힘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계를 여유 있게 산책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작금의 이러한 한가하고 유유자적한 행태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당시의 정부여당에 등을 올렸을 적에 뜬금없이 “조국 수호!”를 외치던 기득권 강남좌파 정치인들을 오른쪽으로 복사해 붙인 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원유를 구하겠다면서 중동 국가들로 급히 출국한 터다. 이 엄중한 국가적 위기에 자기들 편들어주는 검사 한 명 불러놓고 이재명 정부를 입에 침을 튀기며 신나게 성토하는 국민의힘 사람들의 모습에서 국민은 과연 무엇을 보고 있을까? 무슨 외계인들 번개모임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87년 체제에서 정권타도 투쟁을 전개하지 않는 야당은 사꾸라 소리를 잠시 듣는다. 국민과는 상관없는 세계에서 끼리끼리 옹기종기 모여 전투적이고 과격한 내부단속용 반정부 투쟁에 골몰하는 야당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구아나 도마뱀 같이 영영 돼버린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아무리 정치인 복이 없기로서니 인간이 아닌 도마뱀으로 채워진 제1야당까지 가져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선명 야당은 되지 못할지라도 파충류 야당만은 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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