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메시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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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한동훈을 생각한다 (1)

유비가 공손찬을 떠난 까닭은


일반 대중 사이에 삼국지로 흔히 불리는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명멸한다. 인물들의 숫자의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전모를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선량한 사람은 시종일관 착한 모습으로, 불의한 자들은 철두철미 사악한 성격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삼국지연의의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 서술 형식을 고려하면 유비, 관우, 장비 도원결의 삼형제가 잠시 몸을 의탁했던 북방의 강자 공손찬은 매우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그는 초반에는 상대의 태생과 신분을 가리지 않는 유연하고 진취적인 영웅호걸로 등장한다. 공손찬의 전폭적 추천과 후원 덕분에 무명의 졸병 장비는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대장군 여포와 수만 명 관전자 앞에서 일대일로 겨룰 수 있었다. 이 일은 소설 속에서 유비 일행의 사실상의 데뷔 무대로 묘사된다.


제후들 공동의 적이었던 동탁이 몰락한 다음에 유비가 찾아간 공손찬은 꽉 막힌 경직된 사고의 소유자로 변해 있었다. 혁신의 기수에서 구태의 상징으로 급전직하한 셈이다.


이유는 공손찬이 괜찮은 군인이었기는 해도 훌륭한 정치인은 아닌 데 있었다. 공손찬은 그가 이끄는 기마부대에 새로운 전술을 도입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으나, 자신이 다스리는 영토에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새로운 정책을 과감하게 채택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그런 공손찬을 유비는 좋은 군인은 될 수 있어도, 좋은 통치자는 될 수 없는 인물로 평가하며 주저 없이 짐을 챙겨 곁을 떠났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장수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뛰어남은 분명하다. 그는 주요한 선거 국면 때마다 남들이 이제껏 시도해보지 않은 새롭고 혁신적 기법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심각한 마찰이 빚어졌음은 물론이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시행하려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 People Power Aptitude Test)’는 집권 여당 내 수구기득권 집단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을 부추겨 이준석을 숙청하고 마는 빌미이자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준석 축출 음모를 기획주도했던 친윤 당권파는 이준석과 함께 파묻은 PPAT를 올해 지방선거 판세가 확연히 불리해지자 당의 체질을 강화할 유용한 수단이라며 부랴부랴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개혁신당은 기성의 어느 제도권 정당보다도 신기술 활용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개혁신당은 신인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려는 목적의 ‘AI(인공지능) 선거 사무장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에는 스스로를 300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코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한 소프트웨어 개발대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준석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미래의 물결로 일찌감치 확실하고 굳건하게 자리매김했어야만 마땅하지 않을까?


기술은 짧고 사람은 길다, 특히 정치에서는


현실은 이와는 영 딴판이다. 그는 미래의 물결이 아니라 미래의 물방울정도의 세력과 위상에 여전히 남아 있을 뿐이다.


물방울이 오랜 세월 쉬지 않고 암석 위에 떨어지면 두껍고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그 오랜 세월이 특정한 인간의 수명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천 년은 된다는 점이다. 정치인 이준석도, 자연인 이준석도 수천 년을 살아 있기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가 마련이다.


삼국지연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21세기의 어떤 미친 천재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중국 후한 말기로 가서 공손찬에게 AI 기술을 전수해줬다고 가정해보자. 공손찬은 이 최첨단 기술을 갖고 무엇을 할까? ‘피지컬 AI’ 기술을 이용한 로봇 기병대를 신속하게 창설했을 성싶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공손찬의 시선과 관심은 언제나 군사적 신기술 도입에만 국한됐던 탓이다.


이준석 대표는 정치권에 여러 명의 앙숙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관계는 옛날 미국 만화영화에 나오는 톰과 제리의 관계에 빗대어지곤 한다. 이준석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날쌔고 영리한 생쥐 제리는 당연히 이준석이고, 우둔하고 어리석은 고양이 톰은 무조건 안철수일 터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톰과 제리나, 안철수나 이준석이나 쥐 잡듯이 허구한 날 서로 거칠고 격렬하게 치고받아도 누구 하나 치명상을 입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제리와 톰도, 이준석과 안철수도 때때로 잠깐일지언정 힘을 합친다. 비록 아주 잠깐일지언정.


이준석과 안철수의 유사성을 지적하면 이들 두 사람의 지지자들은 그 즉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이하랴. 두 사람에겐 한 가지 결정적 공통분모가 존재하거늘.


이 두 이과 출신 엘리트 정치인의 지지자들만 빼면 모두들 즉시 흔쾌히 인정하는 양자의 공통분모가 과연 무엇이냐? 거쳐 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오랫동안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이게 안철수와 이준석을 단지 거쳐 가기만한 사람들의 잘못인지,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은 이준석과 안철수의 잘못인지는 나중에 여유 되면 따지기로 하자.


사태의 본질은 그 결과 이준석 대표가 미래의 물결이 되지 못한 채 미래의 물방울 신세를 아직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조조와 손권과 나란히 장차 천하삼분지계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웅비할 유비는 공손찬이 전쟁에 서툴러 그와 함께 세상을 도모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공손찬의 그릇이 좁다란 간장종지만 하고, 리더십과 친화력이 보잘것없던 까닭에 그에게 본인과 두 아우의 거취와 운명을 맡기지 않기로 결단했다.


이준석 대표와 함께 정치를 시작했거나 혹은 그와 연대하고 협력했던 인사들의 과실이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준석은 코딩이나 인공지능에 쏟아 붓는 열정과 시간을 널리 인재를 구하고 폭넓게 동지들을 규합하는 일에도 이제껏 오롯이 기울여왔을까?


이준석은 안철수를 대신할 새로운 톰을 최근 만났다. 다름 아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겸 국민의힘 대표이다.


이준석과 안철수의 다툼이 개인전 차원이었다면 이준석과 한동훈 간의 난타전은 바야흐로 단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두 띠동갑 야당 정치인의 열성 지지자들까지 대거 싸움에 참전한 연유에서이다.


이 싸움 역시 톰과 제리의 쫓고 쫓기기 같이 전반적으로 하찮고 사소하다. 이준석이 공손찬의 저주에 갇혀 있다면, 한동훈은 똘똘이 스머프의 귀신에 사로잡힌 까닭에서다. ‘공손찬 대 똘똘이 스머프? 뭔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구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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