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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못 띄운 오세훈의 라스트 댄스

오세훈의 허망한 백기투항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윤 어게인 당권파’와의 지루한 샅바 싸움 끝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 시장이 올해 6월 3일 실시될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베테랑 보수 정치인의 시각과는 달리 오세훈은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길을 택했다.


오세훈의 마지못한 백기투항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작용했겠으나, 서울시장 선거전에 불참할 경우 지방선거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걸로 예상되는 보수 진영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링 밖을 맴돌던 오세훈을 다시 링 안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은 “비상대책위원회에 버금가는 혁신 선대위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각오를 한동안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국민의힘 서울시상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그가 언급한 비상대책위원회에 필적할 혁신적 선거대책위원회가 관철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당대표인 장동혁을 대리해 최근 며칠간 당의 진로와 서울시장 공천 방식을 둘러싸고 오세훈 시장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오세훈이 경선 거부 전술을 꺼내자 이정현은 휴대전화기 전원까지 꺼놓는 돌연한 잠적으로 이에 맞불을 놓았다.


이정현은 장동혁으로부터 공천과 관련된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은근슬쩍 공관위에 복귀한 터다. 같은 정당에 몸담은 현직 서울시장과 공천 업무의 총책임자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사한 셈이다. 이쯤 되면 단지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작심하고 상호확증파괴에 나선 양상이라 하겠다.


오세훈이 요구한 혁신 선대위는 이정현의 직무 배제를 뜻한다. 장동혁을 당대표로 옹립한 윤 어게인 당권파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임은 물론이다. 오세훈의 경선 탑승에 대한 당권파의 냉소적 반응은 장동혁의 최측근 인사로 손꼽히는 최고위원 김민수의 페이스북 글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김민수가 오세훈의 경선 참여 발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올린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이제라도, 자해 행위를 멈추고 수도 서울의 비전을 제시하십시오. 지도자의 언어에는 비토가 아닌 역경을 딛는 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책임이고 선당후사입니다. 무운을 기도합니다.”


“무운을 기도합니다”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상대방을 비아냥거릴 때 후렴조로 사용하는 표현인 “무운을 빕니다”를 영락없이 연상시키는 모멸조의 문구이다.


김민수는 장동혁을 지키겠다면서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으로 몰려든 극우 성향 당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우리가 선택한 대표,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흩어진 모든 힘을 모아 지방선거 반드시 이깁시다”라고 허세 섞인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혁신 선관위를 구성하자는 오세훈 시장의 주장이 국민의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턱도 없는 소리로 들리는 까닭이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공허한 외침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래로 한국의 거대 보수 정당에는 두 개의 아우성이 교대로 울려 퍼졌다.


하나는 “똘똘 뭉치자!”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세력에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차례로 숙청하면서 똘똘 뭉쳤다. 그 궁극적 결말은 윤석열의 망상적이고 자멸적인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또 다른 하나는 ‘선당후사’이다. 국민의힘을 풍미한 선당후사의 특징은 당내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희생과 헌신의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쓰는 하향식 선당후사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부터 불과 사나흘 전에 오세훈에게 선당후사를 요란하게 촉구했던 충북지사 김영환이 공천에서 컷오프를 당하자 이번에는 김 지사 본인이 선당후사의 압박에 애처롭게 시달리는 희대의 코미디가 펼쳐지고 말았다.


김영환은 현재 억울함을 열심히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국민의힘에서 김영환으로부터 선당후사를 채근당한 인물들 가운데 김영환과 비교해 덜 억울한 사람은 없었다. 선당후사라 쓰고 내로남불로 읽는 지독한 위선과 구제불능의 이기주의가 판쳐온 곳이 윤석열 일행이 당권을 확고히 틀어쥔 다음의 국민의힘이다.


‘지방선거 승리’는 국민의힘에서 기존의 “똘똘 뭉치자!”와 ‘선당후사’못잖게 엉뚱한 용도로 쓰일 게 뻔하다. 오세훈에게는 장동혁을 쳐내는 게 지방선거 승리이고, 장동혁을 위시한 윤 어게인 당권파에게는 오세훈을 포함해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비윤들을 당에서 완전히 들어내는 일이 지방선거 승리이다.


그나마 명분은 오세훈 쪽에 조금은 더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오세훈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미봉책을 다시금 택함으로써 윤 어게인 무리에게 고립무원의 신세로 포위당하는 형국을 자초했다. 무슨 거창한 핑계를 둘러대든 간에 오세훈이 결과적으로 장동혁이 대변하는 기득권 수구파와의 공존과 타협을 택한 탓이다.


정부여당의 관심은 승패의 추가 확연히 기울어진 서울시장 선거를 진즉에 떠난 상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가 점쳐지는 대구시장 선거로 여권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고 있다. 오세훈의 라스트 댄스는 이미 장동혁 선에서 싸늘하게 정리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민수의 오세훈을 겨냥한 신랄한 야유와 조롱은 더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울 수 없는 소심한 생계형 정치인이 돼버린 오세훈에 대한 최종적 결산보고서로 평가돼야 마땅하리라. 필자도 김민수처럼 오세훈의 무운을 기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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