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치킨게임 전술이 잠깐은 통했겠지만
국민의힘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의 공식적 절연을 선언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6년 3월 9일 월요일,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로 말미암아 발생한 혼란과 실망에 대해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다면서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국민의힘 의원 결의문’을 발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읽은 이날 결의문에서 제1야당 의원들은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체의 언동을 중단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폭주에 대항해 결연히 싸워나가겠다는 입장 또한 밝혔다.
영남의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의 대다수는 윤석열과의 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하라는 민심의 명령과 요구를 줄곧 외면해왔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는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이 구국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적잖다. 국힘 의원들의 주류는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철저하게 존재감을 숨긴 채 지역구 관리에만 고집스레 매달려온 터였다.
당대표인 장동혁과 그의 핵심 측근들 역시 아쉬울 게 없다며 마냥 느긋한 표정이었다. 국민의힘 당원들 수는 최근 110만 명을 돌파했다. 12․3 내란 이래로 무려 40만 명이 증가한 숫자다.
늘어단 당원들의 대부분은 ‘윤 어게인’극렬 추종자들이다. 이들은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장동혁 체제의 국힘이 유례없는 대패를 당해도 얼마 후 장동혁을 당대표로 재신임할 게 뻔하다.
물론 중간에 한 가지 변수가 생기긴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도부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인 사건이다. 오 시장은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노선 정상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신청 마감일인 3월 8일 일요일까지 공천 신청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당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현직 시장인 오세훈 없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전을 개문 발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선 참여 거부를 불사하겠다는 오세훈의 초강수 카드에 화들짝 놀란 국힘 의원들이 이튿날 부랴부랴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의 정치 복귀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오세훈이 판정승을 거두는 모양새로 일단은 귀결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명포수이자 감독인 요기 베라가 남긴 유명한 명제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의미심장한 대목은 장동혁이 결의문에 본인 이름을 마지못해 올렸을지언정 해당 문서와 관련해 필자기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10일 화요일 늦은 밤까지 가타부타 단 한 마디의 의견 표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100만 윤 어게인들이 만들어낸 국민의힘의 오묘한 세계
국민의힘은 과연 윤석열과의 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는 물론 일찌감치 당에서 추방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포용하는 보수 세력 대통합을 이뤄내 잃어버린 중도표를 일부나마 되찾을 수 있을까?
윤석열이 당권을 장악한 이후의 국민의힘의 세계에선 정상과 비정상이 뒤집히기 일쑤였다. 그곳에서는 시대착오적 군사 쿠데타가 구국의 결단으로 둔갑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선관위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노력으로 탈바꿈했다.
장동혁을 국민의힘의 당수 자리로 밀어 올린 집단의 관점에 입각해 내재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3월 9일 의원총회는 쿠데타 내지 항명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반란을 분쇄할 진압군의 신속한 출동이 필요해지는 셈이다.
진압의 신호탄은 장동혁의 최측근 인사로 손꼽히는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쏘아올린 양상이다. 장 부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번 결의문을 주도한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를 향해 “절윤을 핑계로 장동혁 대표의 손발을 자르고 당을 접수하겠다는 음흉한 탐욕”을 부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3월 9일의 결의문 발표를 사실상 반란 행위로 규정한 셈이다.
윤석열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한길과 고성국 두 극우 유튜버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전한길은 장동혁에게 정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독대를 촉구했다. 표현이 만나자는 것이지 실제로는 소환 명령을 내린 격이다. 고성국은 장동혁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과시하며 본격적 반격 작전이 머잖아 개시될 것임을 넌지시 예고했다.
구치소에 갇힌 윤석열도 망상과 집착으로 똘똘 뭉친 그의 성정을 감안하건대 국민의힘을 호락호락 손에서 놓아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집사 겸 전령사 역할을 맡아온 수하 변호사들의 입을 빌려 오세훈을 위시한 당내 반대파의 완전 박멸을 목표로 ‘윤 어게인 총동원령’을 발동할 게 확실시된다.
많은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이 국민의힘이 진정성 없는 선거용 절윤 선언에 머물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현재의 국힘믈 과대평가해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처사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절연하려는 얄팍한 쇼라도 할 수 있는 정당이었다면 지금처럼 처참하게 망가지지는 않았다.
작금의 국민의힘의 주인은 누구인가? 윤석열의 내란을 구국의 결단으로 찬양하는, 중국 정부가 개입한 부정선거 탓에 국힘이 선거에서 내리 쳤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트럼프가 미국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파견해 감옥의 윤석열을 구출해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100만 명의 길 잃은 양들이 2026년 3월 이 시점의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이다.
국민의힘이 자랑하는 100만 당원은 나머지 5천만 일반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관념의 세계에서 좌파 척결과 조국 근대화와 한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연일 정신승리를 거듭하는 중이다. 저들에게 2024년 총선의 기록적 참패도, 윤석열 탄핵과 구속도, 임박한 지자제 선거에서 국힘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사태도 실패가 아니다. 단지, 더 큰 승리와 영광을 예비하고 약속하는 이내 지나갈 짧은 시련일 뿐이다.
나의 사전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가 없다고 주장하는 인간들에게는 결국에는 두 가지가 없다. 변화가 없고, 혁신이 없다. 시련은 없어도 실패가 없는 정당에서 시건방지게 사과와 반성을 운운하는 무리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 남김없이 숙청해야만 한다.
국민의힘의 당권, 정확히는 군권은 장동혁의 수중에 굳건히 장악돼 있다. 국민의힘판 대숙청에서 광란의 망나니 칼춤을 추었던 중앙윤리위원장 윤민우가 아직껏 건재한 현실이 무얼 뜻하겠는가? 시련은 없어도 실패는 없는 2026년의 국민의힘을 국힘 바깥의 사람들은 너무나 띄엄띄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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