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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복귀와 뉴이재명의 출현

같은 듯 달랐던 ‘조금박해’의 현실정치 여정


박용진이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총리급 위상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이맘때 삼세판이나 가는 끝에 지역구 공천 경쟁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박용진에게는 완벽한 금의환향 시나리오가 아닐 수가 없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금박해’의 일원이었다. 그는 주류인 당권파를 겨냥해 당내에서 쓴소리를 자주 입에 올리며 소신파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조금박해 가운데 맏형 격일 조응천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으로 당을 옮겼다. 금태섭 전 의원 역시 민주당을 떠나 현재는 방송인으로 변신해 있다.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김해영 전 의원은 당적은 고수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정치를 접은 상태다. 민주당 울타리 안에 여전히 머물며 현역 정치인으로 계속 움직여온 경우는 박용진이 유일한 셈이다.


박용진의 귀환은 진즉부터 예견되었다. 그는 21대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직속으로 출범한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이미 복권된 터였다. 남은 건 언제, 무엇으로, 어떻게 복귀하느냐 뿐이었다.


여기서 잠깐, 양끝에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각각 위치해 있는 직선을 한번 그려보자. 조응천과 김해영과 금태섭은 문재인에 더 가까운 인물로 평가된다. 조응천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에 인재영입 형식으로 입당했다. 김해영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금태섭 전 의원은 2020년에 강선우 의원에게 밀려 공천에서 컷오프를 당하기 전까지는 친문진영과 비교적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일례로 2016년의 20대 총선 국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을 위시한 범여권은 최근 권력이동의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데올로기상으로는 강경 진보 노선에서 중도 실용주의로, 세대적으로는 나이든 86 세대에서 젊은 2030 청년 세대로, 이른바 젠더 관점에서는 친문이 정권과 당권을 전부 장악했던 시기에 맹위를 떨쳤던 전투적 페미니즘에서 온건한 양성 평등주의로 당의 중심 세력과 주도 집단이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이와 같은 재편 과정을 부지런히 옹호하는 논객들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지지층은 스스로를 ‘뉴이재명’으로 부르고 있다.


뉴이재명의 정반대에는 누가 포진해 있을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뉴이재명’의 으뜸가는 안티테제들로 손꼽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조 이재명’ 즉 ‘올드 이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문제는 뉴이재명 측의 냉담한 반응이다. 뉴이재명 그룹은 조국, 김어준, 유시민, 정청래 등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을 한꺼번에 통틀어 ‘친문 기득권’으로 호명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팬클럽일 ‘재명이네 마을’에서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에 뒤이어 급기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마저 강제로 탈퇴당한 사건은 범여권 안의 권력이동이 어쩌면 경착륙까지 각오해야만 할 격렬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박용진 중용에 담긴 대통령의 세 가지 메시지


윤석열은 “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전광판만 보는 데 머물렀다면 그는 시대착오적 친위군사쿠데타를 저지르지 않았을 수 있다. 12․3 내란 사태는 윤석열이 전광판 대신에 고성국과 전한길 부류가 등장하는 저질스럽고 선동적인 극우 유튜버 방송만 허구한 날 시청한 데 따른 치명적이고 필연적인 후과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광판을 열심히 보는 대통령이다. 그 대신 이 대통령은 한 가지를 보지 않는다. 선수들의 기존 이름값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투지와 경기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한다. 아무리 왕년에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팬들을 구름같이 몰고 다니는 스타플레이어였을지라도 ‘지금 현재 시점’에서 폼이 떨어진 선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 거품이 잔뜩 낀 이름값보다는 객관적 기량이, 한때의 명성보다는 팀에 대한 기여도가 구단주 이재명이, 감독 이재명이 시합에 나갈 주전 선수를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철학이자 원칙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제107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의 중요성과 함께 한일 양국의 협력관계가 꾸준하게 발전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래 일관되게 추구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변함없이 지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죽창가」가 흘러나오길 은근히 기대했을 좌우 양편의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일이었을 듯싶다.


최고 권력자의 의중은 인사에 가장 명징하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박용진을 중용한 대통령의 결정에서 필자는 세 개의 핵심적 메시지를 읽고 있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순간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메시지이다.


이를테면 김어준 총수가 요즘 정부여당으로부터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그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방해되는 짓들만 지금 이 순간 골라하는 탓이다.


두 번째는 실력의 모자람을 이념의 과격함과 선명성으로 호도하고 은폐하려 시도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박용진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전형적인 운동권 출신이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한 다음에는 과거의 운동권 이력과 투쟁 경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을 무시하고 폄하해온 이들 중에는 대통령이 옛날에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지 않은 데서 그 구실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성향의 인물들일수록 막상 실제로 일을 맡겨놓으면 덤벙대거나 허둥지둥하기 일쑤였다. 실력과 일머리는 형편없는데 이념은 과잉인 인사들에 대한 이 대통영의 염증과 환멸은 근거 없이 비롯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확실한 세대교체 의도이다. 이 대통령이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에 관해 각별한 신뢰와 애정을 수시로 표시하는 건 단지 강훈식 개인이 예뻐서가 아니었다. 한국 정치에, 특히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지체되어온 세대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렬한 염원의 표출이었다.


박용진 신임 부위원장은 1971년생이다. 1970년대 출생자의 첫차이다. 박용진의 복귀는 범여권 전체가 과감하며 광범위한 세대교체에 신속하게 착수할 것을 주문․촉구하는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돼야 옳다.


박용진은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러다 다시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어려운 생존시험을 통과한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낡고 불필요한 규제혁파와, 그리고 본인의 큰 꿈 실현이라는 세 마리 토기를 모두 잡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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