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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총수의 하산길에 부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과연 위기일까? 위기일 수도 있고, 위기가 아닐 수도 있다.


김어준이 위기임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최초로 줄어든 사태를 근거로 언급한다. 김어준 총수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력투구로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방선거 전 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사건 또한 김어준 위기론의 구체적 정황증거로 제시됨은 물론이다.


반면, 김어준은 건재하다는 주장도 아직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장은 민주당과 조국당의 합당 시도가 불발로 그쳤음에도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계속 글을 올리며 총수에 대한 변함없은 애정과 일체감을 과시하고 있다.


필자는 김어준 총수와는 가깝고도 먼 관계이다. 그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무척이나 힘들어할 무렵 거액의 엔젤 투자를 주선해줬다는 측면에서는 가까운 사이이고, 그 후로 총수와 아무런 교유가 없었다는 점에선 진즉에 끝난 인연일지 모른다.


그런데 작금의 시점에서 하필이면 왜 내가 김어준에 대해 왈가왈부를 해야만 할까? 지금의 김어준 신화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창간 초기의 딴지일보 핵심 구성원들이 총수에 관해 입을 열기를 여전히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어준 1인 매체로 출범한 딴지일보가 나름의 이론적 틀과 조직적 운영체계를 갖추는 데 결정적으로 관여 또는 기여했던 인사들의 오랜 침묵은 어떠한 치명적 후과를 낳았을까? 그들의 장기간의 침묵은 총수가 현재 누리고 있는 부와 권력과 명예가 오로지 김어준 자신만의 능력과 공로에 기인한다는 왜곡된 성공신화를 탄생시켰다.


문제는 이 오도된 성공신화가 여간해선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김어준의 15년의 무한 권세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이자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15년이라는 기간은 김어준 총수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행이 민주당 당권을 확고한 장악한 일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김어준에게 겸손은 정말로 힘든 노릇이었다. 김어준 바로 앞에서 그를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자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진 탓이었다. 내가 어째서 김어준 앞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 거액의 투자를 주선해준 연유에서였다. 오해를 피하고자 덧붙인다면, 나는 투자를 주선해준 대가로 총수에게 단 1원의 뒷돈도 요구하지 않았다. 요구한다고 김어준 총수가 친절하게 챙겨줄 리도 만무했지만.


사람이 무능해지면 산술급수적 속도로 망한다. 본인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빈틈을 메우려 남들의 힘과 지혜를 구하려 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오만해지면 기하급수적 속도로 몰락하기 마련이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는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데만 더 열중하는 탓이다. 이로 말미암아 주변에 진정한 친구 대신 영악한 거래처만 남게 된다. 이 냉정한 인류사의 철칙으로부터는 천하의 김어준도 비켜가지를 못했다.


합당의 설계자가 다름 아닌 김어준 총수란 시각이 일각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이건 김어준에 대한 터무니없는 음해이자 과대평가이다.


20년 전의 김어준은 창의력을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오늘날의 김어준은 영향력에 의지하는 인물로 바뀌었다. 설계와 기획처럼 머리를 쓰는 작업을 총수는 감당하지 못하게 된 지 이미 오래다. 따라서 김어준의 역할은 증폭 및 확산에 오롯이 한정돼 있다.


심지어 발명왕 에디슨조차 나이 들어 천재적 영감이 고갈되자 영업왕으로 변신했다. 한때 세계 최고·최대의 가전 기업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GE(General Electric Company)는 발명왕 에디슨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영업왕 에디슨의 성실한 발품이 일궈낸 산물이었다.


시계를 한 달 전으로 되돌려보자. 총수가 민주당과 혁신당의 당대당 합당 추진의 선봉에 나서겠다고 결심·선언했을 때 누군가 그에게 현실을 일깨워줬다면 어땠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김어준 총수의 관계는 정치적 채무자와 채권자와 관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객관적 현실을.


김어준의 뉴스공장홍보용 썸네일 이미지에 방송 때마다 자그마하게 얼굴이 들어가는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이 대통령이 딴지일보에 아무런 부채감도 느끼지 않음을 총수의 격노를 각오하고 김어준에게 솔직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 나는 놀랍고 슬프다. 보수세력도 아닌 진보진영 인사들의 무소신과 소심함이 놀랍고, 김어준 방송을 거쳐 간 수많은 인물들의 대다수가 총수를 오로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거래처로만 여겼다는 게 슬프다.


본래의 주제였던 김어준 위기론의 실체로 돌아가자. 김어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확실히 감퇴할 전망이다. 그의 위상은 친민주당 스피커들의 최고존엄으로부터 친문재인 방송인들 중의 일인자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 즉 비즈니스의 견지에서 김어준의 위치는 총수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굳건할 게 틀림없다. 이를테면, 나훈아가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가 만끽해온 열광적 인기가 단숨에 식지는 않는다. 서태지의 노래가 대중음악 순위 차트 1위에 더 이상 등극하지 못한다고 하여 그가 구축해놓은 거대한 팬덤이 순식간에 붕괴하지는 않는다.


정상에 선 자에게 하산길은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나는 한때 김어준을 우러러봤던 사람으로서 총수의 하산길이 무탈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필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냈을 당시 제일 먼저 기꺼이 추천사를 써준 분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였다. 그가 베풀어준 깊고 따뜻한 은혜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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