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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에 어울리는 지방정부 책임자는

장동혁의 무례한 노쇼와 이재명 대통령은 통 큰 아량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장동혁 대표가 집권 여당의 국회에서의 입법 독주를 구실로 내세우며 갑자기 불참을 선언한 탓이다.


3인 회동은 애당초 장 대표의 요구를 대통령이 통 크게 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 장동혁의 일방적 노쇼 배경에는 복잡한 당내 사정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정부 여당에 대한 무조건적 공격만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압박과 아우성에 제1야당 대표가 또다시 무릎을 꿇은 셈이다. 성경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말했다. 장동혁이 직면한 작금의 곤궁한 처지는 윤 어게인에 편승해 벼락출세한 야심가가 윤 어게인의 족쇄에 발목 잡혀 정치적인 죽음의 골짜기로 직행하는 모양새라 하겠다.


장동혁 대표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최고 실세로 평가되는 김민수 최고위원 역시 낮에는 중도확장을 강조하다, 밤에는 변함없는 윤 어게인을 다짐하는 식의 두 얼굴의 박쥐 행보를 며칠째 이어왔다. 오죽하면 동아일보가 손바닥 뒤집듯 하는 , 자기 中心이라는 게 있나는 제목의 사설까지 써가며 장동혁 일행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얄팍한 이중 플레이를 질타했겠는가? 꿩은 매를 피할 때 땅에 머리라도 박는 최소한의 성의나마 보인다. 장동혁 일행은 그저 눈만 꾹 감은 채 사나운 매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대하는 양상이다.


장동혁의 노쇼 사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장 대표의 변덕스러운 추태보다는 대통령의 야당을 향한 햇볕정책에 주목하련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은 회동이 불발된 데 대해 짙은 아쉬움을 표시하며 야당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전했다.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뜻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검찰 권력을 앞세운 지독한 탄압과 핍박을 받았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천만한 테러마저 당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야당 대표에게 올리브 가지를 흔들어왔다. 원활하고 성공적인 국정을 운영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활하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하고자 현직 대통령이 야당에 기꺼이 손을 내민 경우는 참여정부 후반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로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나에게 싸움꾼이 아니라 일꾼을 보내 달라


약 보름간에 걸쳐 난삽하게 벌어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소동 과정에서 한 가지 극명하게 드러난 사실이 있다. 정청래 대표의 당은 단지 내란 종식만 외치는 데 만족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와 청와대는 실질적 국정 성과 창출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일로 승부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적인 삶의 이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일 터이다.


그러므로 이재명 대통령이 내심 선호하고 있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떤 유형의 인물들일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 것도 제9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넉 달 정도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어쩌면 긴요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중도실용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가 과격한 인물로, 급진적 인물로, 위험한 인물로, 좌파 색깔의 인물로 오해받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신속하고 빈틈없는 일머리를 주문하는 그의 모습이 매정하고 박절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리라. 일 처리가 시원치 않거나, 설렁설렁 업무에 임하는 사람들을 그는 용납하지 않았다. 일솜씨가 없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장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몰아붙이니 어떤 이가 이 대통령에게 우호적 감정을 품을 수 있겠는가?


반면, 일 잘하는 사람이면 그는 이념과 출신을 따지지 않고 중용하는 탕평인사를 과감히 실천해왔다. 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별다른 인연과 접점이 없었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주권정부의 핵심이자 간판으로 떠오른 건 순전히 강훈식이 일을 잘하는 덕분이었다.


현직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인간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이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하고 싶어 할 지방자치단체장은 대략 세 가지 특징을 띨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 일 잘하는 사람 즉 일잘러이다.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움직임에 청와대는 시종일관 부정적 기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일까? 두 당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던 탓이다.


민주당에는 복수를 목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런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일부 내로라하는 유튜버들과 결합해 복비 연합체를 형성해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은 복수를 목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정치평론에 종사하는 유튜버들의 기득권만 연장해주는 구태의연한 합당이 될 게 뻔했다. 이 시도가 좌절됨으로써 민주당의 지방선거 경선에서는 일 잘하는 일잘러들이 대통령의 희망대로 강세를 띨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둘째로,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경쟁과 전 세계적 차원의 공급망 재편, 인구소멸과 기후 변화,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대중화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살벌한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과거의 낡은 관행과 문법과 의식을 고집하는 인사가 지방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면 한 지역이 통째로 사라질 상황이다. 혁신하지 않으면 머잖아 망하고 마는 시대에 혁신가형 단체장은 이제 지역주민들의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재로 자리매김했다.


셋째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장형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책상머리에만 붙어 있는 사람들을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문제의 정답은 늘 현장에 있다는 게 그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원칙이고 신념이다.


윤석열 정권이 조기에 붕괴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었던 인물들이 정권 수뇌부를 구성했다는 데 있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비롯한 직전 정권의 지도부가 줄줄이 감옥에 갇혔음에도 책상머리에 앉은 인사들이 떵떵거리는 국민의힘의 고질병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조차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이 비참하게 붕괴하는 광경을 마냥 고소한 심정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리라. 윤 정권의 몰락이 요란하면 요란할수록 이 대통령이 짊어져야만 할 짐의 무게도 그와 정비례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대한민국에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할 방법은 쾌적하고 깔끔한 사무실에 있지 않다. 치열하고 생생한 민생현장에 있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심경을 이해하는 인사들이 올해 지방선거 국면에서 약진할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 필자의 믿음이 더 많은 유권자들에 의해 공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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