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희준 : 저는 이사장님께서 충청도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그럼에도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지형과 구도를 여전히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는 요소임을 현실적으로 부정하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번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여론조사와는 달리 실제 선거에서는 크게 고전한 이유가 당선인의 연고지인 충청권에서 예상과 비교해 표가 덜 나온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여당 내에서 충청도 출신 인사들이 지금보다 더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충청권 태생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욱 많이 받으려면 당 차원에서 어떠한 전략과 대책이 필요할까요?
권혁문 : 지역주의 극복이 난제 중의 난제임은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다시금 뼈아프게 확인됐습니다. 망국병으로 일컬어져온 지역주의를 근본적으로 타파하려면 완전한 지방분권 실현과 실질적인 지역균형 발전의 두 가지가 이뤄져야만 합니다.
한국사회의 지역주의는 영호남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생성ㆍ유지돼왔습니다. 충청권 또한 지역주의에서 완벽히 자유롭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영호남과 견주면 지역주의 색채가 확연히 옅어진 건 분명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남 출신도 아니고, 호남 태생도 아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일이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확실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고향은 충청북도 괴산입니다. 괴산에서는 영남과 호남에 각각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는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지 않은 무소속 군수가 빈번하게 탄생했습니다. 여당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야당의 입김에도 휘둘리지 않으면서 괴산군민만을 생각하는 지방행정에 전념해 달라는 주민의 여망이 반영된 선거 결과였습니다.
서울과 지역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환경이 일률적으로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용산에서도 당의 주류세력 내지 실력자들에게 줄을 서는 일보다는, 주민들이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구청장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공천을 바라며 중앙당 당사를 기웃거릴 시간에 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는 자치단체장이 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있는 중용의 정치는 정치인이 민생현장에 뿌리를 내리는 실사구시의 정치를 실천할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정착될 수 있습니다. 저는 충청권 출신의 인물들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실사구시의 실용적 정치에 선도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공희준 : 권혁문이란 인물은 용산구민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이름입니다. 권혁문은 어떠한 사람인지 이참에 그 이력과 활동상을 이사장님께서 직접 간략히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권혁문 : 저는 1989년에 시민운동에 첫발을 들인 이후 오랫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왔습니다. 제가 이 과정에서 느낀 사실은 시민운동만으로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도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가 불가능한 게 객관적 현실이었습니다. 그러한 각성이 제가 시민운동가에서 직업정치인으로 변신하기로 결심한 중대한 계기였습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일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용산구 신계동 지역 재개발이었고, 둘째는 미군 기지 이전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용산의 미군 기지를 옮겨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지하는 범위 안에서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직업 정치인 입장에서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람은 아마 제가 최초일 겁니다.
공희준 ; 그때가 언제인가요?
권혁문 : 2002년입니다.
공희준 :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을 이끌고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하던 바로 그 해네요.
권혁문 : 예. 저는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 신분으로 미국 기지 철수를 공식적으로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솔직히 부끄러운 대목은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핵심적 현안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이 그 무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저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잠만 자는 곳쯤으로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공희준 :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거의 전부가 실제로는 서울에, 특히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⑥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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