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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문②, “용산은 서울 안의 충청도 같은 곳”


권혁문 정치+경제연구소 협동조합 이사장은 용산구 유권자들이 맹목적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투표 성향을 띠어왔다고 강조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작가)


공희준 : 저는 광화문이 교통망이 부실한 탓에 시위가 벌어질 적마다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광화문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그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시위대의 행진과 점거에 어느 정도는 내성이 생겨 있습니다. 반대로, 대다수 용산구 주민들은 대규모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집회와 시위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를 않았습니다. 게다가 조만간 야당 지위로 전락할 더불어민주당마저 대선불복 태세를 공공연하게 취하고 있습니다. 야당을 위시한 정치적 반대자들이 용산에서 거의 연중무휴로 시위를 전개하면 용산구민들이 과연 그로부터 비롯되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짜증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권혁문 : 전혀 우려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을 드리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용산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마포에서 삼각지를 거쳐서 반포대교 방향으로 오가는 차량들로 교통 흐름에 현재도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저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지 않는다면 출퇴근 시간 이외의 경우에는 차량 소통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위대가 작정하고서 도로로 쏟아져 나오면 적잖은 혼란과 불편함이 생겨나겠죠.


그러나 저는 보다 근본적 수준과 맥락에서 문제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권력이 지나치게 중앙에, 특히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니 시위에 나선 분들도 대통령에게 자기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애를 쓰기 마련입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서 비롯되는 폐해와 부작용은 용산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닙니다. 대증적 요법이 아닌 본질적 해결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희준 :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권력집중의 모순과 병증을 일거에 종식시켜줄 해법이 되겠네요?


권혁문 : 구청장은 민선이기는 해도 국민들의 인식에서 지방행정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일은 국회가 중심이 되어 논의하고 처리해야 옳습니다.


공희준 : 시위는 참가자들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일반대중이 불편함과 피곤함을 느껴야만 시위를 기획하고 집회에 참여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는 법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집회와 시위는 차가운 얼음처럼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바늘 가는 데 실 가듯이 덩달아 따라올 게 명약관화한 시위대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한 뾰족한 해법을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조차 아직은 시원하게 내놓지 못한 상태다. 이에 관련된 확실한 대응방안을 권혁문 정치+경제연구소 협동조합 이사장이 제시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는 터라 필자는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공희준 : 용산은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입니다. 이곳 용산에서 이웃한 동네들과는 달리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권혁문 : 용산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구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강남 3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용산구민들이 오르길 원해서 인상된 땅값과 집값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부여당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징벌적 세금을 무겁게 부과함으로써 주민들의 반발과 원성을 사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민심의 풍향을 헤아리는 리트머스 시험지 구실을 해왔습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또 세입자대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고통과 희생을 강제당하는 데에는 미군 기지를 중간에 놓고서 바라볼 때 북쪽 동네인 해방촌과 청파동이, 충청도 태생 구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쪽의 원효로 일대가, 중산층 거주 지역으로 알려진 남쪽의 이촌동이나 부촌으로 각광받아온 동쪽의 한남동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공희준 : 부동산 때문에 모두가 아우성을 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문재인 정부는 애초에 의도하지 않은 국민통합을 달성한 셈이네요.


권혁문 : , 그런 셈입니다. 용산구는 경리단길을 누비는 젊은 방문객들과 이태원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표상되듯이 외부와의 인적 교류가 무척이나 활발하게 이뤄지는 개방적인 장소입니다. 따라서 무서운 속도로 민심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지역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식의 막연한 동정 투표나, ‘묻지 마 지지같은 맹목적 진영논리가 용산에서는 발붙일 여지가 없습니다.


공희준 : 용산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투표가 이뤄지는 곳이란 말씀이네요? 한마디로 부동층, 즉 스윙 보터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지역구요.


권혁문 : , 그렇습니다. 용산은 전통과 첨단이 나란히 병행하고, 과거와 미래가 수평적으로 공존하는 곳입니다. 서민과 중산층과 부유층이 고루 거주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일방적 쏠림 현상이 여기에서만큼은 맹위를 떨치기도, 기승을 부리기도 어렵습니다.


용산이 역동적 고장이 된 데에는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이 1968년부터 1989년까지 만으로 20년이 넘는 오래 세월에 걸쳐서 운영된 일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용산역이 지역에 끼쳐온 영향력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겠고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부동층이 두텁게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그러한 배경 아래 용산이 한국정치에서 충청도가 해온 역할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해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용산구 유권자들께서 한쪽 편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치 성향과 투표 행위를 과시해온 이유에서입니다. (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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